노(老)장? 노(No)장..
셀인일기를 시작하면서 말했다 싶이 모든 공정에 있어서 맘에 안들었던것이 딱 두개였다고 알렸었다. 하나는 철거였고 나머지 하나는 도장이었다. 사실 도장도 두분이 왔지만, 한분은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였고, 나머지 한분 덕분에 끝까지 잘 끝마칠 수 있었다.
그럼 이 악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전에 살던 집에서는 정말 말그대로 셀프 인테리어... 뭐 인테리어라고 할 순 없지만, 아주 나쁜 집주인이 벽지조차 해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직접 꾸미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하지 않겠다라는 싸인을 받고, 어떻게 해야하지 우왕좌왕 하면서 을지로로 나갔다. 사람의 성격은 어쩔수 없는지, 페인트집도 을지로 메인 도로에 3~4개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모두 다 들러서 가장 괜찮아보이는 집으로 갔다. 당시에 너무나도 좋은 사장님 만나서 좋은 색으로 페인트를 가져왔었고 집도 작아서 혼자 칠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벽을 완전 제대로 하고 싶었기에, 다시 그 사장님을 찾아갔다.
흰색 페인트 컬러를 정하느라 가서 색상을 다 고르고 (흰색도 종류가 수천가지인지라...), 정중하게 혹시 사람 한명 소개해줄수 있냐 물었고, 나이가 좀 많지만, 꼼꼼히 잘 하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본래 노포의 맛집과 노장의 장인정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분에게 연락을 했고, 그분과 일을 하기로했다.
처음 미팅으로 그분을 만났을때를 회상해 보면, 속마음으로... '저분이.. 일을 하실 수 있을까?' 라고 되내였지만, 그분께서
"이런건 금방 다 해요~" 몇십년을 해온 일인데 못하겠냐, 퍼티도 다 하면 사흘이면 다 끝날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냥 내 첫 감을 믿을걸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어떻게 담아낼수도 없으니 지금와서 후회하면 무엇하냐... 아무튼 도장을 하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전날 끝내놓은 목공의 작업들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수많은 날을 논현동 가구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도장을 벤자민 무어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굴뚝같이 했고, 그 감성을 잘 알고 있었으나, 우선 페인트 통 자체의 값 자체가 너무 넘사인지라, 일찌감치 벤자민 무어의 미련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다.
계획은 이러했다.
도장을 하면서, 화장실 과 주방 타일공사를 하고, 양생을 이틀정도 한 후에 위생시공을 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그리고 페인트를 말리면서 전기공사도 끝을 내겠다는 계획이었다.
목공에서 밝혔다 싶이, 모든 스위치를 없앴다. 스위치를 없애다 보니 위의 사진처럼 구멍이 났고, 그 구멍은 재료와 퍼티로 막았다.
그리고 슬라이딩 도어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한 콘세트와 스위치도 모두 막아버렸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도장팀이 나에게 이렇게 힘들게 할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햇다.
벤자민 무어를 포기한 대신 친환경으로 좋은 재료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친환경, 알칼리성, 아이전용 수성 페인트로 골랐다. 심지어 요새는 수성이도 내수성이 뛰어나 화장실 문에도 쓸수 있다해서 굳이 몇만원 더 비싼 페인트를 가져왔는데 어디선가 신나 냄새가 나는것 아닌가?
내가 산 물품에는 신나가 없었는데, 본인이 문은 유성으로 해야한다며 점심 먹고 신나를 사와서 그것도 영수증을 가지고 와서 문에다가... 수성 페인트에 신나를 붙고, 신나게 문을 칠한것이 아닌가.... "왜 안섞이지?" 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다른 분에게 전해 들었는데...
안섞이면 본인이 쓰고있는 물건을 보든지, 뭐라도 좀 했어야 하는데... 그런것 없이 그냥 바로 칠했다고 하니 정말 화가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떠버리는 페인트를 보고 있자니 어쩌겠는가 ? 얼른 페인트집에 전화해서 유성으로 같은 색을 보내달라 해서 색을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정말 너무 화났지만.. 난 배운 지성인.. 화를 쉽게 내지 않는다고...라고 하기엔 내속에 화가 너무 많지만... 어떻게 잘 참아낸것 같다. 결국 예상치 못한 돈이 지출이 되긴 했지만, 다행히 문이 총 네장인데 두장만 망쳐놓았기 때문에 나머지 문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노장은... 결국.. 쉬어야 한다.
너무나도 슬프고 너무나도 하기싫은 이야기지만, 이것은 꼭 이야기 하고 넘어가야 할것 같다.
너무 속도가 느린것 같아 도장작업이 이틀째 되는날 점심 부터는 나도 로라를 들고 같이 방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미국에서 살때 내방과 집 페인트는 직접 다 내가 했었고, 한국에서 살던 집도 내가 다 칠했던 터라 나름 경험자여서 잘 했던것 같다.
문제의 선생님께서 퍼티작업 이후 사흘 동안 문 네장만 칠하고 있으니 내가 속이 안탈까.
일도 드럽게 못한 셋째날이 끝날때에 갑자기... 일한삯을 달라는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따로 다른분에게 따로 입금해드리겠다 하니 갑자기 자기가 소개비를 받고 줘야 하고, 소개비를 따로 해야한다 이러길래...누구 덕분에 원래는 사흘로 잡혀있던 일정이 나흘로 늘어나게 되긴 했지만, 마지막 날은 선생님 나오지 말라고 정중히 부탁 드렸더니... "내가 시작한 일은 내가 끝을 내야지!" 라며 나오겠다라는것 아닌가...? 근데 내 성격상 저 사람이 다음날 나와서 밍기적 밍기적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 정신건강에 더 안좋을듯 해서 당신 일당의 반을 드릴테니 아무런 양심의 가책 느끼시지 마시고 제발 나오지 말아달라 부탁 드렸더니, 알겠다 하시면 돈 받고 깔끔히 가주셨다.
그리고 사실 벽이 얼마 안남아 있었는데, 이 모든 일을 보았던 다른 도장사 분께서, 본인이 그냥 오늘까지 다 하겠다며, 늦은 시간 까지 해주시고, 그분께도 추가의 비용을 더 드렸다.
그분이 없었으면 나는 도장을 제대로 제날짜에 끝내지 못했을것이다. 참으로 감사하다.
도장을 하면서 타일과 전기 공사를 동시에 마칠수 있었다. 도장이 다 끝나고 나니, 비로소 집처럼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결과물을 보고 행복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정말 하루를 더써야 하나 급하게 다른 도장사를 불러와야하나 걱정했는데, 그나마 성실하게 일해주신 다른 한분이 계셨기에 잘 끝마칠 수 있었다.
벽만 하얗게 칠했을뿐인데 공간이 더 넓어져 보이고 정리되어 보이는게 마치 마법과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 도장을 하면서 내가 간과했던것은, 업장주의 말만 믿고 레퍼런스를 보지 않고 사람을 구하면 안된다는것이었다.
업장주가 추천을 해줘도, 다음번에 일을 할때에는 아니, 무슨 일을 하든간에 레퍼런스와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어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것이 맞을것 같다. 내가 왜 그 사람의 결과물들을 보여달라 하지 않았었을까... 하는 후회가 들긴 하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여든이 다되신 나이까지 일을 하고 계신 그분의 심정은 또 어떠할지 내가 헤아리지 못했었던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노장의 불신이 조금 생겼던 공정이었다.
다음 편에는 타일과 전기를 이어서.. 혹은 한편에 다 써볼 예정이다.
혹시라도 궁굼한것들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
'뚝딱 셀인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셀인 일기 10단계 : 전기 공사 그리고 실링팬 (1) | 2022.03.06 |
---|---|
셀인 일기 9단계 : 타일 그리고 화장실 그리고 꿀팁 (0) | 2022.03.05 |
셀인 일기 7단계 : 목공 가벽 만들기/ 슬라이딩 도어 (6) | 2022.02.25 |
셀인일기 6단계 : 벽지 제거 + 샷시 필름 시공 (0) | 2022.02.20 |
셀인 일기 5단계 : 철거. <철거팁> (0) | 2022.02.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