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장땡
2021년 6월 5일 토요일 힘겨운 철거를 끝냈다.
철거만 했을뿐인데 온몸이 피로하기 시작했다. 철거가 끝나고 주말에는 쉬려고 했으나, 우리의 목표는 짧은 시공이었기에, 주말동안 소리 안내고 할 수 있는 공정을 찾아보니 필름작업이 있었다.
몇번을 이야기 했지만, 스카이와 사다리가 되지 않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다 보니. 샷시를 통으로 갈기에는 약간의 제약이 있었다.
체리몰딩의 샷시는 도저히 보고선 생활 할 자신이 없었기에 샷시를 갈지 않지만 가장 확실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필름으로 대체 하기로 했다. 대충 위의 동영상을 보면, 거실의 통창을 제외하고서는 모든 체리 몰딩은 흰색으로 필름작업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지인을 통해 필름업자를 소개받았는데, 너무나도 좋은 작업자를 만나게되어 토요일 새벽부터 작업을 해주셨다.
모든 샷시의 실리콘을 다 떼고, 필름을 다 붙인다음에 실리콘을 붙였던것 같다. 사실 주말이라 조금 늦잠 자고 토요일 오전에 나가니 작업은 이미거의 다 끝나있었고, 흠잡을곳 하나 없었기에 만족했다. 몰랐던 이야기지만 더 빠른 시공을 위해 금요일 저녁에 오셔서 실리콘을 먼저 다 떼놓으셨다고 하셨다. 이리 감사할수가...
원래는 쉬운 필름이 아닌 다른 쉬운 방법을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무엇이었냐면...
체리 몰딩 필름을 뜯어내면 pvc 하얀색이 나온다고 해서 그냥 필름을 떼고 사용할까 싶었는데, 필름을 떼서 나오는 하얀색같은 경우는 나중에 빛도 바라게 되고, 무엇보다도 몰딩만 하얗게 되고 창틀의 실리콘은 체리색이라.. 결국 그냥 제대로 작업하기로했다.
좋은 시공업자를 만나서 생각보다 빨리 필름 작업은 끝을 낼 수 있었다.
사실 필름을 고르는데에도 시공을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전에 페인트를 사면서 알고는 있었지만, 하얀색의 종류가 굉장히 무궁무진하다는것을 알고 있었는데, 필름이라고 해서 다른것은 없었다.
차가운 하얀색을 할것인가, 채도가 높은것을 할것인가? 낮은것을 할것인가? 펄이 있는것을 할것인가? 아닌가? 유광인가? 무광인가?
도저히 결정할 수가 없어서 나는 무작정 샷시 회사들의 쇼룸을 다녀와보고 정했다. 무광 아주 약한 가죽느낌의 흰색으로.
필름 시공후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미래의 완성된 모습을 그려보았다.
찢어지거나, 흠짓난곳 하나 없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완성된 필름 작업이라 더할나위 없이 기뻤다.
심지어 잘 움직이지 않던 창문까지도 말끔히 잘 만져주셨고, 잠금장치 또한 모두 갈아주어서 마치 새 샷시와 같았다.
지금도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창 밖을 바라볼때면 이전과 다른 샷시에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시공 중간 중간 먼지와 쓰레기들을 열심히 치우고 쓸고 했더니 일하시는 분들이 뭔가 더 잘해주시는것 같았다.
때로는 자본주의 힘을 빌리자.
미친 철거팀이 철거를 하고 벽지를 안 뜯고가서, 벽지는 우리가 직접 뜯기로 했다.
처음 벽지를 뜯을땐 희열이 장난이 아니었다. 칼로 살짝 비고 쭈욱 뜯으니 마치 거대한 개복치가 벽에서 뜯어져 나오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처음 2~30분은 재미있게 뜯었다. 아주 재미있게.. 이렇게 쉽게 뜯기는걸 철거팀은 왜 못한다했을까?
벽지는 사이 사이 본드를 바르고 중간은 띄운다. 나는 그 사실을 간과했다. 본드를 벽에서 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라는것을...
본드가 붙어있는 곳들은 정말... 그 아무리 착하고 차분한 사람에게 일을 시켜도 그들의 신경질 적인 모습까지 도 보여주게 만들수 있는 도구인것 같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더럽게 안뜯어진다. 진짜 그냥 도장하지 말까? 라는 말이 자꾸만 입밖으로 불려졌다.
그러던 와중에 배는 고파서 점심을 먹으면서 벽지 쉽게 떼는 방법을 검색하다가 대부분 "업자 불러요" 라는 평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근처에서 작업을 했던 후기가 있어 무작정 전화했다. 전화와 동시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이 되었다.
바로 오실 수 있었고, 오후에 시작하니 본인이 밤 까지 다 작업하시겠다 하셨다. 정말 인테리어 둘째날에 첫째날 완전히 다 소멸되어버린 인류애가 다 다시 살아났다. 금액도 사실 그렇게 비싸지 않다 생각했었고, 토요일이지만 바로 와주실 수 있다는 말씀에, 감사한 마음만 있었다.
토요일 저녁 업자분께서 오늘 다 끝내지 못했으니 내일 와서 끝을 내시겠다고 하시어, 너무 감사한 마음에 내일 나오시는것도 일당을 쳐드리겠다고 했더니, 극구 부인하셔서 일당의 반과 식사라도 제발 받아달라고 사정해서 그 금액을 받고 나머지 까지 다 떼어주시기로 했다.
그렇게 6월 6일 일요일 오후 모든 벽지들을 다 떼어냈다.
지금도 벽지를 떼셨던 이 분께 감사한 마음을 표하며 이번 설에도 인사 카톡을 나누었다. 이분은 인테리어 업을 하시지만 가끔식 이렇게 잔일거리로 도움이 필요한곳에 일하신다고 하셨으나, 이제는 벽지 떼는 일은 너무 힘들고, 인테리어 일들이 많아져 지금은 안하신다고 한다.
내가 이분을 만난건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벽지를 떼고 자세한 사진을 찍지는 않았으나, 그나마 남아있는 사진으로 보면 이렇게 모든 벽에 좌우 앞뒤, 위 아래 모두 깔끔하게 정말 다 뜯고 가주셨다. 셀인을 하면서 다음 공정까지 일이 해결이 안될것 같으면 급하면 급한대로 빠른 업자를 찾아 돈으로 막는것도 나쁜 방법은 아닌것 같다. 사실 벽지는 도장을 하기 위한 욕심이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도 도장하기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한다.
카페나, 유튜브에서 다른 후기들을 볼때 너무 날림공사 하신다는 분들과 양심이 없이 시공하신다는 분들을 많이 보고 들었는데, 실질적인 인테리어 2일차에서 3일차에는 너무나도 성실하고 좋은분들을 만나게 되어서 생각보다 속썩이지 않고 잘 진행할 수 있었다.
간혹 아는분의 지인이어도 날림시공했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고, 특히나 유튜브에선 시공하다 도망간 사람, 돈만 받고 나타나지도 않은 사람 이런이야기들을 많이 봤는데 행운이 내게 깃들었는지 내겐 그런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라도 셀프 인테리어 하면서 궁굼한점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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