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찾은 명동
겸사 겸사 지나가는 길에 찾은 명동. 올 6월 전까지만 해도 필동에 거주했기에 자주 명동을 다녀갔었는데, 불과 십분 떨어진 곳으로 이사갔다고 명동을 나가는것이 예전처럼만은 쉽게 되지를 않는다. 또 한달에 한번 꼭 해야하는 신성한 의식인 미용실 방문 또한 담당 선생님이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자연스레 나는 더욱이 명동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 줄어든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나간 명동은 내게 우울감과 슬픔을 주었고, 연말에 이런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라는것이 충격이었다.
명동 중심, 명동 예술 극장 앞은, 아직 남아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더라면 더 우울한 분위기가 났었을것 같다.
이와중에 정말 재미있던 것은, 나에게 어떤 두 분의 아주머니가 청계천을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는것,
어차피 나는 명동역에서 내려 걸어서 안국역으로 가던 길이라, 제가 가는 길이니 인도하겠다 하시니 갑자기 청계천 볼만한지,
본인들이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청계천 말고 다른곳 구경 갈만한곳이 있는지 물어보길래, 난 잘 모르겠다 하고 발걸음을 옮기려 하니
갑자기 "얼굴에 복이 너무 많으세요" 라는 말한마디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아~ 그런 이야기 잘 들어요~ " 라며 뒤를 돌았더니 "조상님~" 이라고 이야기 하길래 바로 이어폰 끼고 소리를 켜버렸다. 이와중에도 저렇게 사람을 등쳐 먹으려는 사이비들이 활동한다는게 더 화를 나게 한다. 아마도 그들은 사탄대학교 마귀대학원 대학원생쯤 되지 않을까 싶다.
무언가 잘못되었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내가 상관할 일은 정말 아니지만, 이 많은 점포들이 나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로 이 거리를 지나쳤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면 잘 되겠지라는 희망은 이제 빛좋은 개살구 마냥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신념이자, 신기루가 되어버리는 시대와 사회가 된것 같아, 나 자신도 이젠 헷갈리기 시작한다. 좋아하던 매장이 사라지고, 자주가던 음식점도 없어지니, 내가 과연 더이상 명동에 와야할 이유가 있는가? 라는 질문도 스스로 던져보게 된다.
우울한 결론, 그리고 미래
나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경제에 대해 배운것이라곤 고등학교때 배운 미시경제와 거시경제가 전부이다. 어느정도의 공실률은 시장의 기대치를 만드는 좋은 데미지라고 믿는데, 지금 명동의 상황은 시장이 좋다 안좋다를 논할 단계를 넘어서서,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다시 회복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걱정거리만 가득한것 같다.
오늘의 여행은 좋은것만 보진 못한것 같은 아주 우울한 결론의 여행이었다. 얼른 이 모든 사태와 시국이 지나가서 다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활보하고 돌아다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매일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RM도 다녀간 언제가도 예쁘고 남녀노소 좋아하는 갤러리 카페 <호아드> (0) | 2022.04.05 |
---|---|
<아트선재센터> 북촌 데이트 딱, 체험 미술로 재미있게. (0) | 2022.03.30 |
나를 되돌아 보게 되는 전시 “유성환 개인전” 트라아트 (0) | 2022.02.16 |
도심속에서 즐기는 신선한 재래시장 - 마르쉐 채소 시장 (0) | 2022.01.19 |
보늬밤 만들기 (0) | 2022.0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