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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여행

나를 되돌아 보게 되는 전시 “유성환 개인전” 트라아트

by samthegreatest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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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 코로나 블루가 나를 찾아왔을때 집에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근처의 화실을 찾았다.
일주일에 적으면 한번 많으면 두번 화실에 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이 내 나이또래였는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도와드리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본업이 바빠지고, 이사하면서 여러 이유로 화실에 나가는 일이 뜸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선생님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항상 생각하고 살아오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개인전을 한다고해서 화실을 다닐때 같이 다니던 동생과 함께 시간 맞춰서 다녀왔다.

치약

갤러리 타운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동네에 살고 있는 나는 선생님의 전시를 보기위해 압구정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주소를 잘못봐서 가로수길인줄 알고 신사역에서 내렸다가, 햇볕이 좋아 동생과 함께 압구정까지 걸어갔다.
덕분에 어제는 만오천보 이상 걷게 되었다. 이 친구도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들 하면서 걷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위치는 소망교회 본 예배당 바로 뒤 장사랑 음식점 사이에 있다.
화실에서 보았던 치약의 모습이다. 사실 저것이 치약이라 했을때 나는 크게 공감하거나, 알지 못했다. 저 그림이 갖고 있는 뜻을…

모래위에 쓰는 방명록

크지 않은 갤러리에 들어서서 큐알코드를 찍고 보니 방명록을 남기는 곳이 있었는데, 모래위에 쓰는 방명록이다.
역시 선생님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왔는지가 중요하다라기보다는 무엇을 보고 갔는지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셔서 개의치 않고 이런 방법을 택하셨던것 같다.
전시도 전시이지만, 이 방명록이 주는 인상이 생각보다 강했다. 사실 너무 멋있었고, 많이 배웠다.

삼성 더 클래식 ㅋ

연기인지 치약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계속 뿜어져 나오고 없어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치약의 여행

이글의 마지막에 쓸 이야기지만, 치약을 의인화해서 작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작업을 풀이한것들이 너무 맘에 들었다.
탱탱했던 치약이 쓰임을 당할때마다 조금씩 서서히 안에 있는것을 내뱉게 되고 쭈그러 든다는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나? 라는 질문을 작품을 통해 받게 되었다.



쭈그러진 치약

솔직히 이 설치 미술을 보고 입어 떡 버러졌다.
반사판 아래의 작은 불빛에 비춰진 치약. 어쩌면 문틈 사이의 죽어가는 치약이라고도 느껴질 수 있는데
나는 이것을 보고 죽을때까진 죽은게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눈에는 저 치약이 죽어가는것 처럼 보일지언정, 정작 저 치약은 아직도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존재라 믿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내 스스로 자문하게 되었다. 남의 눈을 보고 나의 모습을 판단 하는것이 아니라, 누가 뭐라 하든 내 갈길 간다는것이 더 중요하다는것 아닐까? 라고 내 스스로에게 철학적인 질문또한 하게 되었다.

처음 저 그림을 보았을땐, 치약이라 생각치 않았지만, 이제는 저 그림을 이해하게 되었고, 감동이 되었다.
또 이병우 감독의 음악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전시라 더 맘에 들었다.
아래는 작가님이 직접 쓴 전시 글의 일부이다.

당시의 루틴에서 스스로에게 허락된 유일한 휴식은 일주일에 한 번 샤워하러 들르는 집에서의 30분이었다. 샤워물을 틀고 양치를 하려 치약을 짜는데 치약이 나오지 않았다. 피곤하고 예민한 나는 감히 조그만한 치약 따위가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신경질이 났다. 재미있는 건 그 짜증이 가라낮기도 전에 눈물이 차올랐다는 사실이다. 짜여질것도 없는데 기어코 짜여지는 작고 불쌍한 치약도, 덤덤한 표정을 한 채로 나오지 않는 치약을 계속 짜려고 시도하는 사이코 패스도, 다 내 모습이었기 떄문이다. 밖에 나가니 도시락을 싸주는 엄마가 치약으로 보인다.


살아간다는것, 그리고 열심히 산다는것, 소비하고픈 삶속에서 소비가되어가는 우리의 모습들을 바라볼 수 있는 전시다.
조금더 일찍 와서 더 일찍 알렸더라면 좋았었겠으나… 본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늦게 방문한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많은이들이 보았으면 하는 전시이다. 물론 “무료” 이니 늦지않게 가서 봐보길 권한다.
현대백화점에서 걸어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인 혹시 백화점을 갔다가 시간이 된다면 들르길 권한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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